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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기 전 주택 구입해라? 'NO NO NO'

여행가/허기성 2013. 10. 25. 15:03

올해 가기 전 주택 구입해라? 'NO NO NO'

대한민국 중산층에게 부동산이란 얼마 전까지도 최고의 투자재로 여겨졌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주택은 구입만 하면 서민들에겐 주거안정과 더불어 자산증식까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향후 시장 전망은 주거안정과 자산증식의 열매 모두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도 "주택시장은 앞으로 수년간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 할 것"이라며 "최근 미국 주택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회복시기를 2030년~2040년 이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하루가 멀게 오르는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올해가 가기 전 집은 사야하는 걸까?

8.28 정부대책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진짜인지, 아니면 좀 더 시장 추이를 봐야 하는지, 그 진실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예비 수요자, 반짝 상승에 맘 급하지만…


대기업에 근무하는 골드미스 송은경(46)씨는 노후에 자신을 지탱할 재정적 안정을 위해 더욱 철저한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은경씨가 재정적 자립을 위해 제일 먼저 결정한 것은 바로 주택 마련. 이를 위해 송씨는 얼마 전 그 동안 봐 뒀던 아파트 시세정보를 얻기 위해 몇몇 부동산을 방문했다.

그러나 부동산에선 놀랍게도 올 초에 들었던 가격과 비교해 2000~3000만 원 가량 가격이 올라 있었다. 가격이 상승했다는 이야기에 송씨는 맘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 올해 주택 구입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맘이 급해진 골드미스 송 씨처럼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과연 올해가 가기 전 주택구입을 서둘러야 할까?

송씨 사례처럼 지난 달 주택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됐다는 언론보도로 주택구입을 망설이던 예비 수요자들의 맘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정부의 '8 28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의 반등 소식은 반짝 수요덕분으로 보인다.

여기다 올해 예비 주택구매 수요자들은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에 주목해야 하지만 이 정책마저도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주택구입을 계획한 수요자들은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물론 국회 논의에 따라 이 정책이 소급 적용될 수도 있지만 이를 믿고 추격매수 형태의 적극적인 주택구입은 무모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계나 일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9월과 10월 주택 상승세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수요가 잠깐 풀렸을 뿐 본격적인 상승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며, 상승 분위기를 지속해서 이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주택가격 반등, 향후 시장 변화 주도 못해

지난 달 전국 주택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60주 이상 전세가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부 시장에선 유의미한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했었다. 저금리 장기모기지론 상품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판매되더니, 일부 부동산 가격이 급 반등세를 보였기 때문. 하지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향후 시장을 상승세로 주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114 함영진 리서치 센터장은 "이번 가격 반등세는 정책적 효과가 강했을 뿐"이라며 "전세가격의 지속적 인상에 따라 일부지역에 가격 오름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인 주택가격 추이에 대한 상승폭은 예상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정부의 8.28 부동산 대책이후 잠시 나타난 시장 변동 폭은 순간적 상승세지, 실제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가격 변화는 아님을 의미한다. 함 센터장은 "따라서 주택 구매 예비수요자들이 이를 혼동해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럼 부동산 전문가들의 현 부동산 시장의 바닥론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 일까. 강원대 부동산학과 김갑열 교수는 "이제 부동산시장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됐으며, 사는 사람 입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바닥론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택, 특히 아파트의 경우 이젠 가격상승에 이유가 없다"며 "현재의 가격이 유지만 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이루는 것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유지하는 현재의 상황 아니냐"며 "가격의 급격한 변화가 없는 것이 현 시장을 안정화로 유지하는 증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이 전체 부동산시장을 밀어 올려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겠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통계적으로 보면 이미 주택은 포화상태"라며 "단지 전세가격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임대주택의 수요가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이 때문에 향후 부동산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활성화, 당분간 어려워

부동산 취득세 감면 조치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주택 매매시장에 '거래 절벽' 현상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예비 주택 수요자들이 올 연말까지는 매입을 미룰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의 경우 취득세 감면에 상관없지만, 혜택을 받는 다주택자나 6억 원 이하 또는 9억 원 초과 주택 구입자는 주택 거래를 내년으로 늦추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가 의도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법제화 미비와 향후 부동산가격 인상이 불투명해 당장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주택 예비 수요자는 "구입한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는 한 전세가격이 올라도 주택구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취득세 감면 등 세금을 줄여준다고 누가 집을 사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도 지금까지의 사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갑열 교수는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가격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며 "이제 산업구조 조정을 통해 주택신축이 아니라 재생 혹은 리모델링으로 주택공급패턴을 전환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가 내 놓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카드는 모두 다 써 버린 상황인 만큼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공공임대 주택공급을 늘리고, 보다 경쟁력 있는 분양가를 통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취재 전 '혹시나'하는 주택 매매활성화 기대는 '역시나'로 결론지어졌다. 따라서 당분간 주택거래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