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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구직자 옷값 덜어주며 성공 응원

여행가/허기성 2013. 12. 8. 00:44

"취직에 성공한 사회 선배들에게서 격려와 축복이 담긴 정장을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죠. 중소기업 취업 준비생부터 로스쿨 입학 면접자까지 정장을 골라 가요. 단순히 옷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짠한 사연을 주고받는 곳입니다."


지난해 7월 사업을 시작한 김소령 열린옷장 공동대표(41)의 소개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1번 출구 골목 스물다섯 평 남짓한 김 대표의 정장 대여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격자무늬 창문 너머로 500벌 넘는 정장이 사람을 반긴다. 한 벌당 평균 40만원이 넘는 정장을 5000~2만원을 내고 빌릴 수 있다.

오전 10시 문을 열면 하루에 전화 문의 50여 통이 쏟아진다. 면접이나 결혼식 참석 등으로 급하게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과 기부를 하겠다는 사람들 사연이다. 기증자는 옷과 함께 자신의 사연과 희망 메시지를 적어 보내고, 이를 빌리게 되는 사람은 기증자에게 편지를 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직원이 익명으로 처음 출근하던 날 입었던 옷에 설렘과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득 담아 보낸다며 남성 정장을 보냈죠. 등록금과 월세를 혼자 마련하던 여대생이 면접 정장 살 돈이 없어 울다가 지방에 있는 부모님이 준 쌈짓돈으로 옷을 사 입고 합격한 후 그 옷과 함께 합격 팁을 적어 보내기도 했어요"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졸업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취업을 못해 옷이 없는 대학생, 단편 드라마에서 실장 역을 하게 돼 정장이 필요한 배우, 막 태어난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데 번듯한 옷이 없어 고민하던 젊은 신혼부부들 사연이 줄을 이었다.

열린옷장 직원은 4명뿐이지만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면접자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승진과 연봉보다는 꿈과 희망을 찾아 창업했지만 늘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요. 취업한 선배들 옷을 빌려 입는 건 교복 물려 입기만큼이나 뿌듯한 일이죠. 불필요한 낭비보다는 `공유`를 통해 돈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자본주의 사회를 꿈꿉니다"라고 꿈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그는 "면접할 때 땀 흘리고 떠는 친구들에게 주는 거예요"라며 디자이너 재능 기부로 만든 작은 향수를 건넸다.

 

향수와 함께 들어 있는 쪽지에는 "직장생활 12년차입니다. 저도 100번 넘게 서류를 내고 떨어졌답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도전하세요"라는 정장 기증자 응원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