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요
스타일에 좀 밝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킨포크(KINFOLK)'라는 잡지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그냥 퍼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이를 접한 사람들의 삶 속에 조용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킨포크'는 본래 친척 등 가까운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요, 미국 포틀랜드에서 작가, 화가, 사진가, 요리사 등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예술가 40여명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며, 텃밭에서 직접 식재료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등의 자잘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담다가 잡지를 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 슬로 라이프를 꿈꾸는 전세계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 것이죠. 국내에서도 출간되고 있는데 저도 인터넷으로만 봤을 뿐, 이 잡지를 아직 본적은 없습니다.
킨포크 스타일의 음식 따라하기, 테이블 세팅하는 법 배우기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정작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킨포크의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소소하지만 멋과 의미가 담겨 있는 것들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 자연의 일부로서 생명을 사랑하고 생명과 같이 호흡하며 공생하는 것, 속도 일변도의, 너를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 수 있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자기만의 취향과 속도를 찾자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고민하는 도시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심에서 벌꿀을 키우며 꿀을 수확하는 도심 양봉이 늘어나는 추세인가 하면, 도심에 자리한 옥상을 활용해 텃밭을 가꾸며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농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도시텃밭 수가 2012년 1만2662개로 2011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도시 농부들 중 일부는 혜화동 어딘가에 꼬박꼬박 모여 자신들이 살뜰하게 키워낸 채소와 과일들을 들살림 꾸러미에 담아 도시친구들과 나누는 마켓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집안에 있는 화분 하나조차 물 주기를 게을리해 죽이기 일쑤인데 베란다에 텃밭을 가꿀 수는 없는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에게 맞는 쉼표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것이 예술이든, 문화가 됐든, 아니면 그냥 사소한 일상의 재발견이 됐든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의 일상에 밭은 호흡이라도 내뱉을 수 있는 숨구멍을 틔워 두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가진 물질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작은 재능일지라도 내 이웃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며 살다보면 행복과 기쁨은 배가 되어 돌아옵니다. 관심만 갖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그것을 천천히 현실화 시켜 보세요.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것부터 하는 겁니다. 이웃과 서로 도와가며 김장 담그기, 좀 넉넉히 만든 부침개 나눠 먹기, 서로 책 빌려보기 등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습니다.
살맛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살맛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그러한 일에 지금 빠져 있는 당신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당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꼭 누렸으면 합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오래간만에 떠올려 보는 글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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