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의 적정 관리비는 한달에 1만4000원 밖에 안된다
원룸의 관리비를 원가에 기반해 계산하면 1만4000원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원룸 주인들은 5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청구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비가 책정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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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민달팽이유니온 |
21일 민달팽이유니온이 내놓은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에는 원룸 하나의 적정 관리비가 1만3450~1만4525원이었다. 관리비는 구체적으로 청소비가 2700~3300원, 물탱크 청소비가 550~695원, 정화조 청소비가 250~280원, 승강기 점검비가 5250원, 인터넷 비용이 4700~5000원이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원룸 30개가 있는 건물을 기준으로 청소비와 승강기 점검비, 인터넷 비용 등을 100여개 담당 업체에 알아본 뒤, 최대·최소값을 빼고 정리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룸 거주자에게 청구되는 관리비가 1만원대인 경우는 드물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서울의 원룸에 거주하는 357명에게 조사한 결과, 원룸의 3.3㎡당 관리비는 1만876원으로 아파트의 3.3㎡당 관리비(5613원)의 2배에 육박했다. 아파트의 관리비는 일반관리부터 청소, 경비, 소독, 승강기 유지, 수선 유지, 보험, 장기수선충당금, 안전진단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됐고, 개별 비용이 지로 용지로 거주민에게 원 단위까지 보고됐다. 하지만 원룸 거주자들은 절반 이상이 관리비가 어느 항목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지 못했다.
원룸에 따라 폐쇄회로(CC)TV와 도어락·카드제어기 등 보안시설에 대해서도 관리비에 포함시켜 청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CCTV나 도어락은 처음 설치할 때 큰 비용이 들 뿐 따로 매달 들어가는 관리 비용이 없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세입자네트워크 팀장은 "CCTV나 도어락이 원룸의 옵션에 들어가 있어 월세에 반영됐는데도, 관리비로 이중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월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엔 집주인들이 월세을 대신해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원룸 계약을 맺으려는 세입자들에게 "집주인에게 관리비 금액과 구체적인 항목을 물어본 뒤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와 비교해보고 의문가는 점을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표준임대차계약서를 들고 가서 그것으로 계약을 맺자고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관리비가 월세에 포함돼 있고, 지역별로 임차인위원회가 있어, 위원회가 집주인에게 관리비 산정 근거를 갖추고 그에 따른 관리비만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대해선 관리비 관련 규정이 있지만, 원룸의 관리비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임경지 팀장은 "원룸의 관리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서울시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