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작심삼일'이던 금연 결심..2000원에 이렇게 굳건해질 줄이야담뱃값 인상이 바꾼 직장 풍경 끊어서 좋아요 커피숍 흡연실서 '화생방 회의' 사라지고 금연契 조직해 돈도 모으고 우정도 쌓고 끊겨서 아쉽네요 연기와 함께 모락모락 퍼지던 사내정보 '뚝' 담배 끊었을 뿐인데 "아! 왕따된 이 기분"
종합상사에 다니는 최모 과장은 자타 공인 정보통이다. 누가 이번에 승진한다든지, 사내 커플 등 정보들이 모두 그의 손 안에 있었다. 그의 정보력 수집 수단은 바로 '담배'. 최 과장은 거래처나 정보원을 만났을 때 대화가 막히면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자'며 데리고 나가 추가 취재를 했다. 술자리에서 둘만 잠깐 빠져나와 담배를 피울 땐 기대하지 않은 고급 정보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최 과장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너도나도 담배를 끊는 분위기다 보니 담배 권하기가 어려워졌다. 중요한 정보원인 타 부서의 박 부장과 정 상무도 담배를 끊어버렸다. "이제 사내 정보의 중심이 흡연자 모임에서 여성 휴게실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술자리라도 자주 만들어야겠습니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사무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담뱃값이 갑당 4500원으로 2000원가량 뛰면서 애연가들이 너도나도 금연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변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연에 내몰린 김과장 이대리들은 이를 악물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비흡연 동료들은 이런 변화를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금연 바람을 못내 아쉬워하는 김과장 이대리도 적지 않다. 금연 열풍이 몰고 온 사무실 변화를 스케치해봤다.
◆"전자담배도 흡연 규제 대상이라는 걸 모르시나"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 대리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워온 애연가다. 그도 담뱃값 인상에 오랫동안 생각한 금연을 결심했다. 새해 첫 근무날인 지난 2일 김 대리는 출근하자마자 팀원들에게도 당당하게 금연 결심을 알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팀장의 싸늘한 한 마디였다. "혼자 끊으니까 좋으냐. 잘 해봐." 김 대리가 근무하는 팀은 팀장부터 차장, 과장 모두 애연가였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팀원 전체가 옥상 담배를 피우며 의견을 공유하는 일도 많다 보니 김 대리는 '왕따'가 될 것을 염려했고 결국 금연 결심을 포기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금연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죠."
지난 2일 새해 첫 출근을 한 안모 대리는 부장 자리에서 수증기 비슷한 것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부장 자리에 가 보니 김 부장이 길이 10㎝ 정도의 검은색 막대 주둥이를 빨고 있었다. 담뱃값이 오르자 김 부장이 전자담배를 장만한 것이었다. 안 대리를 본 김 부장은 "전자담배는 몸에 해로운 성분도 없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식의 변명을 했다.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실내 흡연 규제 대상인 것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새해에 담배 냄새 덜 맡을 거라는 생각에 좋아했는데 다시 걱정이 생겼네요. 전자담배도 꼭 밖에서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금연계로 우정과 금연을 동시에
서울에 있는 한 보험사 영업부에 근무하는 신모 대리는 지난주 입사 동기 두 명과 '금연계'를 조직했다. 계는 금연 결심을 하루 어길 때마다 1만원씩 적립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난 뒤 가장 적게 돈을 넣은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1년 전 영업 부서로 발령받은 신 대리는 잦은 음주와 야근에 시달렸다. 특히 영업 실적 스트레스는 신 대리를 '헤비 스모커'로 만들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 늘어난 몸무게와 칙칙해진 피부를 체감한 신 대리는 올해 금연을 굳게 결심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수차례 실패 경험이 있어 돈을 걸면 보다 효율적으로 금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신 대리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같은 목적이 있으니 더 자주 말하고 서로 격려하는 등 장점이 있습니다. 동료애도 두터워지고 금연까지 성공한다면 금상첨화일 듯합니다."
◆"커피숍 흡연회의 안 해서 행복해요"
흡연자를 옆에 두고 참아온 비흡연 직원들은 담뱃값 인상에 쌍수를 들고 있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주모 사원은 담배 냄새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여성이다. 바로 옆 자리 팀장과 선배 한 명이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는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금연을 선언한 회사 선배들은 그동안 부인에게 담배를 끊겠다고 거짓말하고 회사에선 하루에 1~2개비씩 몰래 피운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제 담뱃값이 부담스러워 '진짜' 금연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 주씨는 "사실 그동안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어서 휴대용 공기청정기까지 샀다"며 "앞으로 영원히 공기청정기를 꺼내지 않도록 팀장과 선배가 꼭 금연에 성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B패션업체에 다니는 신모 과장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커피숍 금연'을 반기고 있다. 다섯 명이 일하는 그녀의 팀에선 신 과장을 제외한 네 명이 모두 흡연자다. 문제는 골초인 팀장이 '흡연자들의 편의'를 이유로 1주일에 한두 번은 회의를 커피숍 흡연실에서 열었다는 점이다. 비흡연자인 신 과장에겐 회의 시간이 지옥 같았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달라졌다. 회사 주변 커피숍에서 흡연석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사옥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항상 회의가 열린다. 대신 30분에 한 번씩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 타임'을 갖는다는 게 신 과장의 설명. "회의 때마다 뿜어대는 담배 연기에 이직을 고려할 정도였는데 속이 시원하네요. 팀원들이 얼른 담배 피우러 나가려고 회의도 짧게 줄이니 일석이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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