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도심속 흉물' 벗고 창조문화중심지로 뜰까
2030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는 현재 일률단편적인 기존 도심재개발을 넘어 지역별로 특화된 '도시재생'을 통해 '서울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지역을 전면철거 후 재개발한 기존 방식을 피하고 지역별 특색을 살려 경제·문화·주거 등 지역공동체를 아우르는 맞춤형 '리모델링' 사업을 말한다. 현재 도심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산업과 결합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주거정비사업 등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추진된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의 현황과 계획을 통해 서울의 미래모습을 살펴본다.
[['미래의 서울' 키워드 '도시재생']⑨세운상가]
↑ 세운상가 전경
↑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일대에 위치한 세운전자상가 골목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개발계획이 수립됐지만 사업이 수 차례 무산되며 낡은 건물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슬럼화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이자 1980년대 전자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세운상가 일대는 공원화계획이 2013년 전면 취소되면서 존치가 결정된 후 개발논의가 되기 이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8일 찾은 세운상가에선 카트를 다루는 상인들과 임차인을 찾는 전단지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정작 손님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세운상가를 그대로 보존해 리모델링을 유도하고 인근 세운지구는 높이 제한을 적용해 '창조문화산업중심지'로의 개발방안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기초, 국제현상설계 공모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5월 용역을 마치고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한 후 내년부터 본격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는 이곳에 산업R&D(연구·개발)시설을 조성, 인쇄·조명·귀금속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세운상가 철거는 2006년 오세훈 전 시장 때 본격 추진됐다. 오 전시장은 이명박 전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연계해 세운상가를 전면철거하고 공원화하는 이른바 '녹색개발'을 내세웠다. 총 3단계에 걸친 공원화사업을 통해 슬럼화된 세운상가를 정리함과 동시에 주변 노후건물들은 고층빌딩으로 재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으로 2008년 종로3가에 위치한 3748㎡ 규모의 현대상가가 철거되고 '세운초록띠공원'으로 만들어졌다. 철거비와 상인이주비 등으로 1000억원 넘는 시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어진 부동산경기 침체로 공원 조성재원 조달이 힘들어지고 종묘 등 도심의 역사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3년 3월 구역지정을 해제하고 철거계획을 백지화했다.
같은 해 6월 세운상가는 남겨둔 채 주변 지역을 크게 8개 구역(세운2·3·4·5·6-1~4구역)으로 나눠 개발하도록 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변경계획안'을 발표했다. 세부 구역은 170여곳이 넘는다.
↑ 세운상가 주변 노후 건축물 전경.
개발방안이 발표된 지 20개월이 흘렀지만 정작 높은 토지가로 인한 낮은 사업성 탓에 정비사업은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근 K개업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문화유산인 종묘가 있어 일부 구역의 경우 고도제한 등으로 사업성이 낮다"면서 "세운상가의 지난해 공시지가가 3.3㎡당 5752만원으로 굉장히 비싸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이 수 차례 표류한 만큼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운상가 일대 상인들의 개발기대감과 정책신뢰도는 밑바닥 수준이다. 세운상가 조명상가업주 최모씨는 "몇 차례나 무산된 개발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장사나 좀더 잘 됐으면 하는데 이미 유령상가로 전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은커녕 문을 닫으려는 상인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라믹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상권 자체가 죽었는데 리모델링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며 "차라리 상가를 철거하고 재개발을 진행해 보상비나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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