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복덕방 키운다…부동산법인 직접 매매 허용

 

기업형 복덕방 키운다…부동산법인 직접 매매 허용

 

정부가 부동산법인에 매매업을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동산법인 육성에 착수키로 했다. 이를 통해 과거 '복덕방'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부동산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중개·금융·세무 등 부동산 관련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부동산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5일 "부동산법인의 업무영역을 기존 중개업뿐 아니라 매매업까지 넓히는 방향으로 중개업법을 고치기로 했다"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적인 중개업계 육성 방안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개인이든 법인이든 간에 공인중개사의 경우 부동산을 구입해 향후 시세차익을 보는 매매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를 법인에 한해 풀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부동산법인의 업무영역을 현재 '~을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 규정을 장기적으로 '~을 할 수 없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사실상 법인의 겸업 제한을 완전히 풀어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중개업법은 부동산법인에 대해 중개업·관리대행·분양대행 외에 다른 업무 '겸업 제한' 규제를 하고 있다.

당국은 대형 부동산법인이 많은 선진국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추가적인 법인 육성책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부동산법인에 매매를 허용하는 등 적극적 육성책에 나서는 것은 부동산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법인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화한 부동산법인이 중개업무에서 금융·세무까지 부동산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갖춰 해외 진출까지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탓에 부동산법인 숫자 자체도 아직 미미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영세한 수준에 그친다. 개인 중개사들의 경우 오히려 법인을 만들면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판단 때문에 굳이 법인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법인은 612개로 8만5678명에 달하는 개인 공인중개사의 0.7%에 그친다. 활동 중인 법인도 직원 수가 2~4명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중개업 수준이 단순히 매매와 임대물건 알선만 하는 복덕방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법인 혜택을 늘리면 개인 공인중개사들도 법인을 만들어 사업영역을 넓히고 전문성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개업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들의 반발이 관건이다.

 

정부는 매년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방침 아래 부동산법인 육성과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지만 '영업에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들의 입김 탓에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기업형 임대주택 '뉴 스테이'도 당초 임대사업자에게 중개업 겸업을 허용하려던 계획이 중개협회 로비로 무산됐다.

다만 올해는 중개업계 경쟁력을 키우자는 '대의'에 협회 역시 공감하는 데다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정부 권고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귀결돼 큰 무리없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