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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삶"이야기..

저당잡힌 20대 '오포세대'의 눈물

여행가/허기성 2015. 5. 7. 06:10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는 이제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해야 하는 '오포세대'가 됐다. 오포세대는 국립국어원이 '2014년 신어 자료집'에 등재하면서 젊은 층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는 일반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오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자조적 용어까지 등장했다. 꿈과 도전, 희망의 세대가 되어야 할 20대가 좌절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취업장벽 넘지 못한 20대, 출구가 없다

군 휴학 기간을 빼고도 7년 동안 대학에 머물다 올 초 졸업한 송모(28)씨는 "대학만 마치면 새 삶이 전개될 줄 알았는데 너무 막막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학점 이수는 진작 끝났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을 계속 미뤄온 그는 졸업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한 졸업도 아닌데…"라고 말을 흐린 송씨는 "나중에 학교에 찾아가 따로 졸업장을 받아올 때 준비 없이 사막에 던져진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취업에 성공한 여자친구와도 조금씩 관계가 서먹해지면서 얼마 전 헤어졌다.

수많은 20대 젊은이들이 '취업' 장벽을 넘지 못한 채 좌절을 맛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의 실업자는 50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만9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졸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1999년 6월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20대 대졸자의 1분기 실업률도 역대 최고치인 9.5%를 기록하는 등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한 20대들도 삶이 팍팍하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박모(29)씨는 자신도 오포세대라고 푸념했다. 박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대기업이나 금융권처럼 괜찮은 일자리가 아니면 취직을 해도 미래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가정을 이뤄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월 2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는 박씨는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 조금씩이라도 저축할 수 있지만 이 월급으로는 독립해서 가정을 꾸려나갈 자신이 없다"고 했다.

 

◆20대 절반 "돈 없어서 결혼 포기했다"

청년 2명 중 1명은 '오포'의 다섯 가지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2030세대 28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절반 이상(50.2%·이하 복수응답)은 '결혼'을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내 집 마련(46.8%)과 출산(45.9%), 연애(43.1%), 대인관계(38.7%)를 포기했다는 응답자도 절반에 육박했다. 결혼 등을 포기한 첫 번째 이유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49.8%)였다. 그 뒤를 '현재 수입이 없거나 너무 적어서'(43.1%), '웬만큼 돈을 모아도 힘들어서'(40.9%), '제대로 잘할 자신이 없어서'(35.1%),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서'(31.6%) 등의 응답이 따랐다.

우리 사회의 20대들은 하고 싶은 일들을 끊임없이 유예하고 있었다. '취업 등 당장 더 급한 게 있어서' 대인관계를 포기한 젊은이들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애도 사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은 '주택 마련 등 해야 할 것이 많아서' 미뤘는데 내 집 마련 역시 '어차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어서 20대의 문제는 도무지 출구를 찾기 힘든 지경이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오포세대 문제에 대해 "다들 고민하는데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 문제일 텐데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청년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부분 생활을 돕는 실업부조 제도 등이 필요하다"며 "구직 중인 청년 실업자에 대해 '근로능력이 있는데 뭐라도 해야지'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