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 악용한 투기성 '無피 투자' 기승
국토부 국감… 유일호 장관 "시장 교란 감시하겠다"
- 조직적 투기세력까지 가세
전세 끼고 아파트 산 뒤 보증금 올려 전세난 부추겨 '전세 깡패'라는 말까지 나와
결국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셈… 세입자만 고스란히 피해
"전세 시세는 내가 만들면 됩니다. 매매 3억4000만원, 전세 3억3000만원 세팅 완료."
"(아파트 한 채 사는 데) 1500만원 들었네요. 다음엔 '무피투자'에 도전할 겁니다."
부동산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무(無)피투자는 '피' 같은 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다. 최근 전세금이 급등해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샀거나, 아파트 매입 후 고액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는 경험담이 특히 많다. 전세보증금을 더 올려 받기 위해 기존 세입자에게 감당 못할 보증금 인상을 요구해 내보내는 '요령'을 알려주는 글도 있다.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자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집을 산 투자자들이 차익을 올리기 위해 전세금을 다시 올려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1000만원이면 아파트 산다"
현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72.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성북구(80.1%)에선 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한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이는 이른바 '갭(gap)투자'가 성행하는 조건이 된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갭)가 적은 아파트를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결국 남의 돈(전세보증금)으로 투자하는 것인데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가 먹잇감이다. 일단 집을 사들이고 나면 보증금을 대폭 올려 시장에 내놓는데 전세는 매물이 없어 곧바로 계약이 성사된다. 극단적인 경우 500만~2000만원 정도 소액으로도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고, 여러 채를 사 모으는 것도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 전세 시세가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지역에서 이런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이 전세가율 85%인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15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더니 2013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매매된 37가구 중 실거주를 위한 거래는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5가구는 투자 목적이었고 그중 28가구는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 지방 '원정 투자'도 많아 구매자의 주소는 경남·부산·전남·충남·울산 등 다양했다.
◇'전세 깡패'에 우는 세입자들
최근엔 조직적인 투기 세력도 가세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매매가 2억원, 전세금 1억5000만원인 아파트를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짜고 전세금을 1억9000만원까지 올린 뒤 1000만원만 들여 집을 사는 식이다. 결국 전세금 인상의 피해는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심지어 '전세 깡패'라는 말까지 나온다. 세입자 입장에선 갑자기 오른 전세금이 폭력을 휘두르는 깡패만큼이나 위협적이란 의미다. 투기 세력들이 올린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는 이사하거나 전세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구리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유모(40)씨는 "2년 전 2억4000만원에 계약했는데, 집주인이 3억3000만원을 요구한다. 갑자기 9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태원 의원은 11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전세금을 올리는 세력 때문에 전세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과도한 전세금 인상이나 '무피투자' 등 시장을 교란하는 움직임을 자세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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