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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이긴' 최진철호,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

여행가/허기성 2015. 10. 19. 08:11

'브라질 이긴' 최진철호,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

아직은 체력이 100%가 아니다.”

팀플레이와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너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잡았다. 그러나 어린 태극전사들을 지휘하는 최진철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보여줄 게 아직 더 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최진철호’가 출국 전 장담했던 ‘세계 4강’이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며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브라질을 이렇게 완벽하게 이긴 적이 있었나

파란의 주인공은 한국이었다. U-17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2015 U-17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후반 34분 미드필더 장재원의 결승포에 힘입어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성인 축구 강호인 브라질은 U-17 월드컵에서도 총 3회 우승을 차지해 역대 2위(1위는 나이지리아 4회)에 오른 이번 대회 우승후보다. 올 초 남미선수권을 제패하며 U-17 월드컵 톱시드 배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진철호의 당찬 도전 앞에 고개를 숙였다. 37%-63%로 한국이 뒤진 볼점유율은 무의미했다. 전반 4분 김정민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로 브라질 간담을 서늘하게 한 한국은 이후에도 날카로운 역습과 상대 숨통을 끊는 압박수비로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브라질은 후반 5분에서야 첫 유효슛을 기록할 정도였다. 한국은 유효슛에서 5-1로 브라질을 압도했다. 그런 노력이 후반 34분 결실을 맺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진야가 브라질 선수 3명을 제치며 골라인 깊숙한 곳까지 치고들어갔고, 불과 1분 전 교체투입된 공격수 이상헌은 뒤에서 쇄도하던 장재원에게 내줬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는 장재원이 낮게 깔아찬 왼발 슛은 상대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출렁였다. 흔들린 브라질은 후반 41분 지오바니가 이상헌을 발로 밟았다가 다이렉트 레드카드로 퇴장하는 등 자멸했다.

17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18일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브라질전에서 장재원 결승포가 터진 뒤 함께 모여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17세 이하 대표팀 에이스 이승우가 18일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브라질전에서 박수를 치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기니 이기면 조 1위도 보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앞서 1승1무로 16강에 오른다는 1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브라질전 승리는 머릿 속에 크게 자리잡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2~3차전에서 각각 붙게 될 기니와 잉글랜드가 승점 대상이었고, 브라질엔 무승부를 거둬 승점 1점만 손에 쥐어도 큰 성과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삼바 축구를 무찌르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16강 진출 청신호를 밝혔다. 앞서 열린 기니-잉글랜드 맞대결이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한국은 B조 선두가 됐다. 21일 오전 5시 라 세레나에서 열리는 기니와의 2차전마저 승리하면 각 조 1~2위, 3위팀 중 상위 4팀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일찌감치 받아들 수 있다. “손흥민 선배가 2009년 U-17 월드컵에서 일궈낸 역대 최고 성적 8강을 넘어 4강에 가겠다”는 어린 태극전사들의 꿈도 무르익는 셈이다. B조 1위는 16강에서 비교적 순위가 약한 다른 조 3위와 격돌하기 때문에 기니전 승리가 중요하다. 한 번 더 긴장하고 기니전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체력 100% 아니다, 더 보여주겠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브라질전 승리 역사를 쓴 최진철 감독도 담담했다. “선수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하나된 팀으로 움직인 게 승리 원동력”이라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 최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 땐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뒀고, 칠레에 와선 회복에 포커스를 맞췄다. 아직 체력이 100% 올라온 것은 아니다”는 말로 2~3차전에서 더 나은 모습을 약속했다. 한국은 지난 해와 올해 친선 대회에서 브라질에 모두 졌으나 본고사에서 활짝 웃었다. 최 감독은 “수원컵 브라질전 패배가 선수들에겐 큰 보약이 됐다. 오늘만은 오늘의 승리를 즐기고 싶다”며 승장의 기쁨도 빼놓지 않았다. 살림꾼 역할을 하다 결승골 주인공으로 올라선 장재원은 “경기장 안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 않는데 이번 골로 주목을 받게 돼 기분이 좋다”며 “오늘 이겼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