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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돈기업’, 박근혜 정부 들어 수난사?

여행가/허기성 2015. 10. 30. 05:59

MB ‘사돈기업’, 박근혜 정부 들어 수난사?

효성과 삼성은 따로 떼어내 생각하기 어렵다. 자본 형성 초기 효성과 삼성 창업주는 동업자였다. 효성 창업자 조홍제는 이병철과 동향으로, 오늘의 삼성그룹은 이들의 동업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홍제는 1948년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이병철 당시 삼성물산 사장에게 자금을 대줬다. 이들은 자산규모가 1700만원인 삼성물산을 설립 3년 만에 순이익 48억 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제일제당(1953년), 제일모직(1954년)을 설립해 나갔고 1958년 삼성은 한국 제1의 기업으로 부상했다. 조홍제는 5·16 직후 부정축재자 처리법에 따라 삼성 대표로 혁명재판소에 끌려가는 등 고초를 치르기도 했다. 이병철은 당시 일본에 있었다. 

   
▲ 효성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 (사진=효성)
 

그의 일화집 ‘늦되고 어리석을지라도’를 보면, 이병철은 조홍제에게 동업 청산을 요구하는데, 두 사람의 지분 문제는 쉽게 조율되지 않았다. 조홍제가 받아야 할 금액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억 원을 받는 것으로 그들의 동업은 1962년 막을 내렸다. 조홍제는 이때 결정이 “70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수많은 결단 중에 가장 현명한 결단”이라고 회고했다.  

조홍제는 56세가 되던 1962년, 직원 15명으로 조촐한 무역회사 효성물산을 설립했다. 1962년 연말 부실기업이었던 한국타이어를 인수해 정상화했다. 1967년에는 한국타이어 전체 주식을 효성물산이 인수하게 된다. 조선제분과 대전피혁 등의 부실기업들도 그의 손을 거쳐 정상화했다. 1966년 동양나이론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무렵 효성은 5대 재벌로 꼽혔으며 1979년 24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거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혼맥으로 전두환·노태우를 엮다

조홍제는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효성그룹의 혼맥은 정·관계 고위층과 긴밀하게 엮여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조홍제의 장남 조석래 회장과 부인 송광자씨 결혼이다. 이 결혼을 통해 효성은 정·재계 중심부에 서게 된다. 조석래 회장은 그의 나이 32세 때, 지난 3월 타계한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의 셋째 딸 송광자씨와 혼인했다.

송 전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재무부의 핵심 자리인 이재국장을 시작으로 한국은행 부총재와 부흥부장관(현 보건복지부), 재무부장관 등을 지낸 뒤, 룩셈부르크 대사, 유럽연합(EC) 대사, 한국수출입은행장, 동양나일론(현 효성) 회장 등을 거친 인사다.

송 전 장관은 손녀들의 통혼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가족과 연결된다. 송 전 장관의 장녀 송원자씨의 남편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 동력자원부장관과 상공부장관을 지낸 이봉서씨다. 이봉서씨의 3녀인 이혜영씨의 남편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장남 이정연씨인 것이다.

송 전 장관의 차녀 송길자씨는 남편인 신명수 전 신동방 회장 사이에 2남 1녀를 뒀고, 장녀인 신정화 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와 결혼했다. 노재헌씨 누나인 노소영의 남편이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효성가는 송 전 장관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장 전 총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닿아있는 셈이다.

조홍제의 둘째 아들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다. 조양래 회장의 막내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인 이수연씨와 결혼했다. 효성그룹이 ‘MB 사돈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은 까닭이다. 이수연의 큰아버지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은 구자두 LG인베스트먼트 회장과 사돈을 맺고 있다.

한편 조석래 회장은 세 아들을 뒀다.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막내딸 이미경씨와 결혼했다. 이미경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의 부인 이윤혜씨의 동생이다. 효성가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돈의 사돈’인 셈이다. 

재벌 승계, 비교적 무탈했으나

효성그룹은 창업자 조홍제는 1984년 1월 작고했다. 효성그룹은 장남 조석래 회장이 그룹 경영에 관여해 실질적인 그룹 회장 역할을 수행했다. 조홍제는 사후를 대비해 아들 3형제에 대한 지분문제를 마무리했다. 

장남 조석래에게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훗날 효성으로 통합) 등을, 차남 조양래에게는 한국타이어 계열을, 3남 조욱래에게 대전피혁, 효성기계 등을 상속했다. 

조석래 회장 역시 현준, 현문, 현상 3형제에게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효성의 주식을 골고루 나눠 줬다. 세 아들은 효성의 핵심사업인 무역과 섬유, 중공업, 산업자재 등을 나눠 맡는 등 비교적 순탄하게 후계 구도를 다져나갔다.

   
▲ 효성 일가 가계도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중공업 관련 비리를 고발하면서 형제간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06년 중공업 사업그룹장을 맡게 되는데 중공업 사업을 하면서 비리를 발견했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에게 “불법비리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고, 조 회장은 “내 회사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형(조현준)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이냐? 차라리 (회사를) 나가라”고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한겨레 2014년 8월8일자) 사실상 파문을 당한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9월 회사를 떠났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6월 효성 계열의 부동산 관리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조현준 사장이 지분 80% 보유)와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두 회사가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대고 주식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들에게 1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해 10월에는 같은 혐의로 노틸러스효성,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의 주요 주주인 조현준 사장 등 8명을 고발했다. 

효성 측은 “적법한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진 정상적인 투자활동”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효성가 ‘형제의 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자금 의혹 피하다

“차기 지도자는 세계 시장을 잘 알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이끌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 옛날에 시골 땅 좀 샀다고 나중에 총리가 못 되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2007년 7월, 조석래 회장)

조석래 회장은 2007년 3월 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다. 이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사돈 편들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비자금 논란 속에서도 2009년 2월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MB정부에서 효성그룹의 비자금 및 특혜 의혹이 쏟아졌다.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돼도 효성가로 연결되진 못했다.

국가청렴위원회(현 국가권익위)는 효성 내부자로부터 ‘효성그룹이 2000년께 일본 현지법인 수입부품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2008년 2월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국가청렴위가 검찰에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수법과 그룹 내부 회계자료를 넘겼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검찰은 2009년 9월 효성건설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비자금·횡령 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던 그해 10월 재미동포 안치용씨의 블로그를 통해 조현준 사장의 해외 부동산 불법매입 사건이 폭로됐다.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전무(현 부사장)를 소환 조사했고, 조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법원은 2012년 회사 돈으로 국외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를 인정해 조 사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9억7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의 친인척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임기 말 조 사장을 사면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2010년에 허가가 난 남이천 IC와 관련해서도 특혜 논란이 일었다. 남이천 IC 예정지에 인접한 이천시 모가면 일대에 효성그룹 계열사 두미종합개발이 2008년부터 골프장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두미종합개발은 2014년 말 기준 자본금 400억 원으로 효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10일에 골프장사업자로 등록됐고, 추가 9개 홀에 대한 완료 공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경우 자원외교와 관련해 입길에 오르내렸다. 조 사장이 2007년 자원외교 관련 사업 주식 투자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것이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조 사장이 해외자원개발사업 목적으로 2007년 FWS투자자문을 통해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동일철강 주식 50억원가량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올렸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FWS투자자문이 해당 종목을 사들인 이후 자원개발 붐과 맞물려 해당 종목 주가가 300~1747%까지 상승했는데, FWS투자자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 사장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0년 3월 사외이사에 취임했다. 지난 2009년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검찰에 의뢰했지만 결론은 무혐의였다. 

 

 

‘사돈기업’은 양날의 검?

지난 2013년 초 재계에 사정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효성도 피할 수 없었다. 조 회장 등은 지난해 1월 7939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와 조세 포탈, 회삿돈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조현준 사장을 내달 7일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재소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효성이 지난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 걸쳐 BW(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인수권을 행사하고 수십억을 챙긴 사례를 도마 위에 올렸지만, 최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조 사장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출석 요구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세간의 이목은 오는 12월 효성가 비자금 관련 1심 선고에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부정맥이 재발하는 등 건강이 악화한 상태다. 그는 재판 중이던 지난해 8월 암 치료를 위해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정계로 뻗은 거미줄 혼맥 속에서 효성가는 창사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