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엔 친문, 저 방엔 친안…문상 가서 따로 앉은 친노
“나는 친노지만 친문은 아니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초선·김해을) 의원의 부친상 빈소를 다녀간 박재호(초선·부산 남을) 의원이 15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 9일 경남 진주중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엔 당내 주류인 친노 인사들이 대거 문상을 왔다. 빈소엔 방이 두 개 있었다. 그런데 친노 인사들이 찾아서 앉는 자리가 엇갈렸다. 방 하나엔 네팔에서 이날 귀국한 문재인 전 대표를 기다리는 의원들이 주로 앉았다. 다른 방에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기다리는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김경수 의원 부친상 빈소 이색 풍경
충청 의원, 문재인에겐 인사 안 하고
안희정 오자 우르르 일어나 인사
인재풀 겹쳐 물밑 영입전 치열
“문 캠프 가면 꼬리, 안 캠프선 팀장”
국정원 출신 김병기(초선·서울 동작갑)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연신 시계를 쳐다봤다. 그는 문 전 대표가 4·13 총선 전날 트위터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습니까만 두 사람을 꼭 살려 달라”고 적었던 두 명 중 한 명(다른 한 명은 조응천 의원)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 될 사람은 문재인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 문 전 대표가 도착했다. 네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곧장 빈소로 달려오는 길이었다.
문 전 대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의원 등과 함께 앉았다. 문 전 대표에게 이병완 전 실장이 “대선주자 3명이 (빈소에)모두 모이네”라고 말을 건넸다. 자리에 있던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외에 곧 빈소에 도착할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염두에 둔 말이었다.
문 전 대표가 있는 방은 북적였다. 유은혜(재선·경기 고양병) 의원 등 조문객들은 오랜만에 나타난 문 전 대표를 찾아와 인사했다. 스마트폰으로 문 전 대표와 셀카를 찍는 당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안 지사와 가까운 충청권의 김종민(초선·충남논산계룡) 의원·조승래(초선·대전유성갑) 의원 등이 있는 옆방 분위기는 달랐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초선·서울 은평갑) 의원은 얼떨결에 충청권 의원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합석했다. 박 의원은 총선 직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박 의원=“문 전 대표가 옆방에 와 계시네요. 인사 드렸나요?”
▶조 의원=“우리는 지사님을 기다립니다.”
조 의원의 말에 놀랐지만, 박 의원은 ‘나중에라도 문 전 대표에게 인사하러 가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자리에 있던 의원들은 대부분 미동도 안 했다고 한다. 김종민 의원이 문 전 대표의 방에서 소주를 한잔 마시고 오자 조 의원은 “왜 혼자 가서 인사하고 와요. 치사하게…”라고 뼈있는 농담도 했다.
잠시 후 “지사님 왔습니다”는 말에 조 의원 등은 우르르 일어났다. 그러곤 안 지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박 의원은 15일 “처음엔 ‘지사님’이 누군지 몰랐는데 자리에 있던 분들이 모두 충청권 의원들이더라”며 “충청의원들에 묻어 안 지사에겐 인사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이 문 전 대표가 떠나는 바람에 인사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도착하기 10분 전에 먼저 빈소를 떠났다.
빈소에서 안 지사는 “네팔에서 도 닦고 오셨다는데, 네팔 얘기 좀 듣고 싶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병완 전 실장은 기자에게 “문 전 대표가 안 지사 오는 걸 몰랐겠어? 불편했겠지”라고 귀띔했다. 이 전 실장은 ‘친안희정계 맏형’으로 통한다. 이 전 실장은 “만약 남경필·원희룡·유승민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이기고 올라오면, 여당후보가 ‘제2의 노무현’이 된다”며 “문재인 1인 독주로는 공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교동 원로들과 자신의 골프회동 계획을 알렸다. 동교동계는 야권내에서 친노와는 앙숙관계로 특히 반문(反文) 세력의 핵심이다. 그쪽으로도 안 지사 지지그룹을 넓혀가겠다는 뜻이다.
‘노무현’을 뿌리로 출발한 원조친노가 분화하고 있다. 한 갈래는 친문, 다른 갈래는 친안으로 뿌리가 뻗어나가고 있다. 안 지사와 친한 정재호 의원(초선·경기 고양을)은 “안 지사가 출마할 경우 가장 어려운 점은 문 전 대표와의 관계”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오는 11월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만나 양해를 구하는 게 대선준비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의 한판 승부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다.
▶관련 기사
① “문만 바라보고 구애 경쟁…전대가 달빛 소나타 전락”
② 안희정 “불펜서 몸 풀고 있다” 문재인 “대선 경쟁한다면 영광”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양측의 물밑 영입전이 치열한 상태다. 하지만 친문·친안이 원래 한 집안이었기에 대선까지 같이 갈 사람을 모을 때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인력풀 자체가 겹치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초선의원은 “최근 친문 진영의 핵심 중진이 ‘캠프를 함께 하자’고 하더라”며 “은근히 나중엔 자리가 없을 것 같은 뉘앙스를 줘서 벌써 전방위로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도성향 의원은 “안 지사 측도 실무진이 사람을 모으고 있는 건 마찬가지”라며 “의원들 사이 ‘문재인 캠프에 가면 꼬리지만 안희정 캠프에선 팀장’이라는 농담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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