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지갑 노리던 조세개혁안, 국민저항 흔들

서민지갑 노리던 조세개혁안…국민저항·선거 암초에 ''흔들''

정부가 검토 중인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상당수가 서민층 세부담 증가와 상당수 직결되면서 ‘편법 증세’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표방해 온 정부가 고소득층 세원 발굴에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 채 상대적 저소득층만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2월 중순으로 예고됐던 공청회는 이 같은 여론에 부담을 느낀 여당을 의식, ‘5·31 지방선거’가 끝난 6월 이후로 미뤄졌다. ◆역시 근로자만 ‘봉’=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번 조세개혁방안에서 근로소득세 과표구간과 면세점은 조정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재경부는 경제성장에 따른 임금상승 등의 효과로 소득은 늘지만, 면세점(현재 연봉 2000만원 수준)은 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2004년 기준 과세 미달자 비율 50.7%를 2008년에는 4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근소세를 내는 근로자가 자동적으로 지금보다 10%포인트, 120만명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근소세 과표는 10년 전인 1996년 만들어진 것으로, 1000만원 미만(세율 8%), 1000만∼4000만원(17%), 4000만∼8000만(26%), 8000만원 이상(35%)으로 나뉘어 있다. 그동안 과세 미달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 1998년 40.7%에서 6년새 10%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면세점을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정도 이상으로 조정해 왔기 때문이다. 즉 ‘넓은 세원’을 강조하는 이번 조세개혁방안에서 서민층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그동안 소득세 과세대상에서 벗어났던 저소득층들이 물가상승 등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새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1∼2인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잠정 유보된 상황이지만, 올 가을 입법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 제도가 폐지되면 2004년 기준으로 맞벌이부부를 포함 475만명(전체근로자의 41%)이 추가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여당 반발로 일단 ‘유보’=재경부는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면서 당초 이달 중 공청회를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조세저항 조짐이 현실로 나타나자 결국 정치권의 입김을 견뎌내지 못한 채 공청회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의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검토를 보다 밀도있게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조세개혁방안 관련 공청회를 미루기로 했다”며 “열린우리당이 관련 공청회 자체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것을 요구했고, 정부의 입지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세금문제가 잇따라 공론화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표심’에 신경을 곤두세운 여당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에는 한덕수 재경부총리가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게 ‘사과’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1년 가까이 추진해 온 조세개혁방안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차질을 빚음에 따라 향후 추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재경부는 이날 박병원 제1차관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을 일부 언론에 유출한 책임을 물어 윤영선 조세개혁실무기획단 부단장을 보직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