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캠핑버스테마여행

³о삶"이야기..

손과 발은..

여행가/허기성 2006. 5. 28. 17:43



발이 손에게 말했습니다.
"손아,오늘 하루 종일 걸었더니 내가 좀 피곤해.
나 좀 따뜻한 물로 닦아줄 수 없어?"
손은 귀찮다는 듯 대꾸했습니다.
"나는 너하고 달라.까끌까끌한 굳은살에다 구린내까지 나는
너하고 친해지고 싶지 않아."
발은 할 수 없이 그대로 잠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인인 몸을 원망하기에는 발 스스로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손만 하더라도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를 만나 꼬옥 붙어 있는 손을 볼 때마다
발은 자신을 저주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손은 값비싸고 아름다운 반지끼고 있었고,
겨울이 되면 오리털 장갑까지 손의 차지였습니다.
어느 날 주인이 전쟁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쟁터에서도 손은 늘 멋져보였습니다.
손이 용감하게 적을 향해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순간에도 전투화 깊은
곳에 숨은 발은 무좀균에게 공격당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던 날 주인이 그만
지뢰를 밟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주인은 발 하나를 잃은채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 남은 발은 슬펐습니다.
자신도 파편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지만,언제나 힘든  일을 함께 하던
다른 쪽 발이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발이 슬픔에 젖어 축 늘어져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손이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발이 손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속 시원하지 않니?네가 그렇게 멸시하던 발이 하나가 사라졌으니.
그런데 왜 우는 거야?"
잔뜩 눈물에 젖은 표정으로 손이 대답했습니다.
"미안해 발아.내가 잘못 했어.사라져버린 발을 다시 구할 수는 없을까?
내가 날마다 씻어주고 정성껏 주물러 줄 수 있을 텐데."

손은 진실로 후회했습니다.
주인이 한쪽 발을 잃은 후로 손은 그 발을 대신해
주인의 목발을 짚고 있었습니다.
핑크빛 물을 들인 긴 손톱을 뽐내던 여자친구도 떠나버렸습니다.
아름다운 꽃들을 어루만질 수 있었던 산마루에도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손은 뒤늦게 발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하나 남은 발,그리고 주인이 가진 모든 부위들이 자신보다 귀하게 보였습니다.
손은 그때부터 구석구석 몸 전체를 보살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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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세상에 존재할 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습니다.
손과 발이 어떤 위치에 있든 저마다 가장 고귀한 신체 부위로서
역할을 하듯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한 권위를 갖고 있습니다.
신체의 한 부분이 아프면 몸 전체가 괴롭습니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느 한 사람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더구나 가족이라면 그 존재가 가치의 차이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용기네 서울사랑방 소중한 사람들,마음껏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합시다. 우리모두 손과 발의 나눔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