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는 당첨자, 판교 가는길 증여세 ‘복병’

 

[한겨레] 조아무개(40)씨 부부는 지난주 판교 중대형 2곳에 청약을 했다. 하지만 조씨는 “전업주부인 아내 이름으로 청약한 곳이 당첨되면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걱정이다. 당첨이 돼 분양대금을 내면 남편이 부인에게 분양대금을 증여하는 셈이 되서, 상당한 액수의 증여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씨처럼 판교 중대형 아파트 청약자들 사이에선 증여세가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중대형이라 분양값 자체가 워낙 비싸다. 여기에 국세청이 투기 방지 등을 이유로 당첨자 전원에 대해 자금출처를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대한주택공사 콜센터에는 판교 청약자의 증여세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주택공사 콜센터에 걸려오는 판교 관련 문의전화는 하루 4500여통 수준인데, 이 가운데 증여세 문의가 30~40%인 1300~1800여통에 이른다. 주택공사 최경숙 계장은 “전업주부의 증여세 문의가 많은데, 청약통장이 부인 명의로 돼 있거나 남편과 부인이 모두 청약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벌이가 없는 부인 명의의 통장도 남편의 차명 계좌로 간주되고, 과거에 소득이 있어도 이를 증명할 급여통장 등이 없으면 소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김종필 세무사가 실질 분양값(채권손실액 포함) 7억9436만원짜리 43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계산한 증여세 부담액을 보면, 부인이 소득이 전혀 없을 경우 내야하는 증여세는 8천만원에 이른다. 분양값에서 배우자 증여 때 공제받는 3억원을 뺀 4억9436만원이 세금부과 대상이다. 세율은 1억원까지는 10%, 1억~5억원 사이는 20%가 적용되고, 3개월 안에 자진신고 했을 경우 세액의 10%를 공제받는다고 계산하면 최종 증여세 부담액은 7998만4800원이 된다. 만약 부인이 아닌 미성년자나 소득없는 부모가 당첨됐다면 세금은 더 많다. 공제액이 부모는 3천만원, 미성년자는 1500만원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보업체 게시판이나 인터넷 동호회 등에는 “전업주부라도 가사노동을 통해 함께 모은 돈인데, 증여세를 내라는 건 너무 심하다”는 불만도 올라오고 있다. 김남문 국세청 부동산납세국장은 “개인별로 따져봐야겠지만, 일단 증여로 판단되면 공제액을 뺀 다른 절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