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제’에서 ‘가점제’로 바뀌는 주택청약제도

28년 만에 주택청약제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로또 판교’와 같은 광풍을 불게한 ‘추첨제’ 주택청약제도가 ‘가점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점제의 실시는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자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줄 것이다.

부양가족이 있는 무주택 서민에게 유리한 제도

‘판교 로또’라는 단어는 이제 사라질 것이다. 운 좋은 사람이 당첨되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던 추첨식 주택청약제도가 28년 만에 바뀌기 때문이다.

가점제 청약제도는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가구주 나이, 통장 가입 기간 등 네 항목별로 가중치를 반영해 점수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각 항목별 가중치는 부양가족 수 35%, 무주택 기간 32%, 가구주 나이 20%, 통장 가입 기간 13%이다.

각 항목은 다음과 같이 세부적이 단계로 나뉘게 된다. 우선 부양가족 수는 가구 구성이 1~3세대, 자녀수 1~3명 사이의 단계에 따라 점수 차이가 생긴다. 무주택 기간은 1년 미만~10년 이상, 가구주 나이는 30세 미만~45세 이상, 통장 가입 기간 6개월 미만~10년 이상으로 단계가 나뉘게 된다. 각 항목은 단계별로 1~5점이 부여되고, 각 항목별 가중치와 곱한 뒤 합해서 점수를 산출한다.

즉 현재처럼 통장 가입 기간이 2년이 지났다고 해서 추첨으로 청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부양가족이 있는 나이 많은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이 제도는 공공택지 내의 전용 면적 25.7평 이하의 민영주택과 민간택지의 민영주택에 우선 적용된다. 공공택지 내의 25.7평형 이상의 공공주택과 민영주택은 채권입찰제를 실시하고, 채권액이 동일할 때 가점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민간택지 내의 25.7평형 이상의 민영주택은 현재처럼 추첨제가 적용된다.

청약제도가 추첨제에서 가점제로 바뀌게 된 것은 추첨식에 많은 문제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로또식’ 청약제도로 청약이 과열됐고, 집 없는 서민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7월 25일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뒤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부양가족이 현재는 직계존비속만 인정되기 때문에, 장인·장모를 모시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다. 이런 문제점이 생기자 주관 부서인 건설교통부는 가구 구성 항목에 장인·장모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자녀 수 항목에 직업이나 소득 없이 부모와 함께 사는 성년 자녀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생 자녀가 자녀 수에서 빠진다는 것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 가점제 적용으로 무주택 우선공급제도가 없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서 만 35세 이상의 독신 무주택자는 불이익을 받는다. 독신자나 단독 가구주는 나이가 많고, 청약가입 기간이 길어도 기혼 무주택자에게 비해 당첨권이 멀어지게 된다. 무주택 우선공급제도를 이용하려고 만 35세가 될 때까지 청약을 미룬 사람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가점제 주택청약제도는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건설교통부는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 10월에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