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찾은 개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엔 정적이 감돌았다. 방문자는커녕 매수 문의조차 찾기 힘들었다. 침체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중개업자는 "최근 일주일간 거래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며 "주변 얘기를 들어봐도 거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시장 침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가격과 거래 두 측면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가 부진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특히 개포지구 일대 침체가 두드러진다.
시세 하락은 가파르다. 지역 주도주인 주공1단지는 최근 공급면적 42㎡가 6억8000만원까지 급매물이 나왔다. 올봄만 해도 8억2000만원에 값이 매겨졌던 물건이다. 6개월 만에 1억4000만원이나 몸값이 낮아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열세다. 최근 공급 112㎡가 9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억원 벽이 깨졌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값은 지난 3개월(8~10월)간 평균 1.83% 내렸다. 총 25개 자치구 중 22개 구에서 가격이 떨어졌다. 재건축 아파트 비중이 낮아 그간 집값 하락에서 비껴나 있던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도 포함됐다. 가격 내림세가 비단 재건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 전용 84㎡는 지난 7월 3억9000만원에서 최근 3억6000만원 선까지 시세가 내렸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 84㎡ 12층 물건도 지난 7월 5억9700만원 선에서 지난달 5억5000만원까지 거래 시세가 하락했다. 잠실 리센츠 공급 79㎡는 올 초 대비 5000만원가량 몸값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바닥론'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하고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이 늘어나는 점을 들어 올 하반기 중 바닥을 찍고 내년 상반기에 회복세로 본격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과거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할 때 다시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추세론'도 힘을 얻었다.
10년을 주기로 부동산 시장이 등락한다는 '10년 주기론'에 따르면 1998년과 2008년 각각 외환ㆍ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집값이 추락해 현시점에는 회복세로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고요하고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침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다소 무게가 실린다.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럽발 재정위기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 대륙을 넘어 미국, 중국에서도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08년 당시처럼 실물위기로 전이될 경우 주택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장기 침체에 돌입할 수 있다.
주택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는 점도 배경이다. 1~2인 가구가 늘고 주택 소유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자산으로서 주택 가치가 쇠퇴하고 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위안거리다. 이창훈 남도공인 대표는 "금융위기 땐 매수 대기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대기 수요는 있다. 다만 매수ㆍ매도자 간 가격 온도차가 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그간 집값에 끼었던 거품이 제거되고 정상화하는 과도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 MPIR(Median Price Income Ratioㆍ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는 8.84로 조사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평균소득 근로자가 8.84년간 급여를 고스란히 모아야 시내 소재한 평균 수준의 집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주택 리서치 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 하우징 어퍼더빌리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6.1), 샌프란시스코(7.2), 영국 런던(7.2)보다 높고 호주 멜버른(9.0)과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ㆍ전세가격이 동반 약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일반 아파트 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변동률은 -0.05%, 전세가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특히 송파구를 비롯해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권 아파트는 매매, 전세가 모두 하락세다. 매수자(세입자)가 없어 거래가 어렵다.
전세는 계절적인 비수기 영향으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 전반적으로 전세매물이 넉넉한 상태로 예전에 비해 전셋집 구하기가 쉬워진 상황이다.
▶ 매매 = 지난 한주간 서울 매매가변동률은 -0.08%를 기록했다. 전주(-0.05%)대비 하락폭이 더 깊어진 모습이다.
송파구가 -0.34%로 가장 큰 폭으로 내렸고 양천구(-0.16%), 서초구(-0.12%), 강남ㆍ강동구(-0.06%), 노원구(-0.04%), 관악구(-0.03%), 성북구(-0.02%)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서대문구는 0.01%로 유일하게 오름세를 나타냈다. 송파, 서초, 강남 등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가락시영은 급매물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매수자들이 종상향(2종→3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수를 보류하고 있기 때문. 가락시영1차 49㎡가 1천만원 내린 5억3천만~5억4천만원, 가락시영2차 56㎡도 1천만원 내린 6억6천만~6억7천만원이다.
잠실동 리센츠, 방이동 올림픽훼밀리 등 일반 아파트도 거래가 어렵다. 매수자들이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한 급급매물만 찾고 있다. 잠실동 리센츠 158A㎡가 2천만원 내린 13억6천만~15억원, 방이동 올림픽훼밀리 109N㎡가 2천5백만원 내린 7억~8억3천만원이다. 서초구 역시 매물 소진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매매가가 약세다. 반포동 주공1단지 105㎡가 7천5백만원 내린 16억5천만~18억5천만원, 미도1차 112㎡가 5백만원 내린 7억2천만~8억2천만원이다. 양천구는 실수요자 위주로 문의가 소폭 늘었다. 하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가격차로 거래가 어려워 매물이 쌓여 있는 상태다. 목동 신시가지4단지 148A㎡가 2천5백만원 내린 11억5천만~12억5천만원, 신시가지7단지 115㎡가 5백만원 내린 10억1천만~10억6천만원이다.
한편 서대문구는 홍은동 금송힐스빌이 매매가 상승을 견인했다. 로얄층 매물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매매가가 오른 것. 홍은동 금송힐스빌 102㎡가 1천만원 오른 2억8천5백만~3억원이다. 지난 한주간 경기 매매가변동률은 -0.02%, 신도시와 인천은 각각 -0.04%, -0.01%를 기록했다.
파주시가 -0.49%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과천시(-0.17%), 분당신도시(-0.09%), 평촌신도시(-0.06%), 고양시?안양시(-0.03%), 수원시(-0.02%), 용인시(-0.0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평택시 0.13% 오르며 강보합세를 유지했다.
파주시는 교하읍, 금촌동 일대 매매가가 하락세다. 매수문의가 거의 없는 가운데 급매물만 계속해 늘고 있다. 교하읍 우남퍼스트빌 128㎡가 3천5백만원 내린 2억7천만~3억5천만원, 금촌동 후곡마을뜨란채4단지 95㎡가 1천2백50만원 내린 2억~2억4천만원이다.
과천시는 원문동 주공2단지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조합원간의 갈등으로 재건축 추진이 답보상태인데다 일부 매도자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매가가 하락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2㎡, 59㎡가 각각 1천5백만원 내린 5억7천만~6억3천만원, 6억7천만~7억3천만원이다.
분당신도시는 수직증측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매매가가 약보합세다. 수내동 양지금호 201㎡가 4천만원 내린 8억2천만~12억5천만원, 분당동 샛별동성 102㎡가 1천5백만원 내린 4억5천만~5억5천만원이다.
한편 평택시는 탄탄한 근로자 수요를 바탕으로 매매가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전동 현대비전 79㎡가 1천만원 오른 1억3천5백만~1억4천5백만원, 세교동 부영1차 66㎡가 7백50만원 오른 1억~1억5백만원이다.
▶전세= 지난 한주간 서울 전세가변동률은 전주와 동일한 -0.02%를 기록했다.
강북구(-0.08%), 광진구(-0.07%), 강남구(-0.06%), 성북ㆍ강서구(-0.05%), 관악ㆍ영등포구(-0.04%), 노원구(-0.03%), 송파ㆍ서초구(-0.01%)가 하락했고, 금천구(0.05%), 양천ㆍ서대문구(0.02%)는 전세가가 소폭 상승했다. 강북구는 전세수요 감소에 따른 거래 부진으로 전세가가 하락했다. 미아4동 경남아너스빌 109㎡, 142㎡가 각각 5백만원 내린 2억1천만~2억3천만원, 2억2천만~2억6천만원이다.
강남구는 매매와 함께 전세시장도 침체를 겪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계약하려는 세입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역삼동 대림e편한세상 79A㎡, 역삼래미안 79A㎡가 각각 2천만원 내린 4억~4억3천만원이다. 성북구는 종암동 일대 전세가가 하락세다. 전세매물이 많은 상태로 종암동 래미안라센트 108㎡가 1천만원 내린 2억8천만~3억2천만원, SK 79㎡가 5백만원 내린 1억7천5백만~1억8천만원이다. 한편 금천구는 시흥동 일대 전세가가 소폭 올랐다.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가 약세를 보였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기존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단지 위주로 전세가가 올랐다. 시흥동 남서울건영2차 85㎡가 5백만원 오른 1억3천만~1억4천만원이다.
지난 한주 경기 전세가변동률은 -0.02%, 신도시와 인천은 보합을 기록했다.
의왕시가 -0.15%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수원시(-0.11%), 안양시(-0.08%), 광명ㆍ파주시(-0.06%), 산본신도시ㆍ용인시(-0.04%), 평촌신도시ㆍ인천 부평구(-0.02%)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반면 평택시(0.42%), 분당신도시(0.03%)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의왕시는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 전세가가 하락했다. 그동안 부족했던 전세매물에 여유가 생기면서 전세가가 내림세를 보인 것. 내손동 반도보라빌리지 112㎡가 2천만원 내린 2억3천만~2억5천만원, 165㎡가 2천5백만원 내린 2억8천만~3억2천만원이다.
수원시는 권선동 일대 신규 입주 영향으로 전셋집 찾기가 쉽다. 때문에 전세가가 약세인 상태로 천천동 베스트타운 112㎡가 2천만원 내린 2억3천만~2억5천만원, 래미안 85㎡가 7백50만원 내린 1억6천만~1억7천만원이다.
파주시는 교하읍 일대 전세가가 하락세다. 운정신도시 일대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가 임박해오면서 기존 아파트에 대한 전세수요가 줄었기 때문. 숲속길마을3단지동문굿모닝힐 106㎡, 파주상록데시앙 109㎡가 각각 2백50만원 내린 1억1천만~1억4천5백만원, 1억5백만~1억4천만원이다.
반면 평택시는 매매와 더불어 전세시장도 강세다. 특히 평택동과 비전동 일대 전세물건이 귀하다. 평택동 롯데인벤스스카이 109㎡가 2천만원 오른 1억7천만~1억8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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