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아파트시장 결산 ◆지방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은 미분양 아파트로 올해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신규 분양된 대다수 단지에서 청약자 모집에 실패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급증했다.
올해 말 분양 시장 '블루칩'으로 관심을 끌었던 왕십리와 답십리 신규 분양성적표는 침체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는 문제가 심각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텐즈힐'은 총 496가구에 754명이 청약해 청약경쟁률 1.5대1을 기록했다. 반면 91가구가 나왔던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청약자는 17명에 그쳤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두 단지는 역세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인근 지역이 새로운 주거단지로 떠오르고 있어 분양을 시작할 때 주목도가 높았던 곳"이라며 "중대형 아파트도 무리 없이 팔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부동산 침체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건설사들이 일제히 물량 떨어내기에 나서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자금 경색의 주 원인이 되는 준공 후 미분양 은 특히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료 확장 등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필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제살깎기 마케팅까지 불사하고 있다. 분양가를 애초보다 30~40%나 파격적으로 낮춘 '떨이' 아파트도 속속 나온다.
서울 하월곡동 동일하이빌뉴시티는 공급면적 155㎡ 아파트를 분양가 대비 약 1억2000만원 내렸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 214㎡는 분양가 대비 32~41%(6억4200만~8억1300만원) 할인하는 극단적 처방을 내놨다. 목돈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정액제' 혜택을 내건 곳도 있다. 분양가와 관계없이 2000만~400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대개 분양가 대비 10% 선인 계약금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현대건설이 분양하는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이다. 교육비ㆍ이사비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 현금을 지금하는 '캐시백 마케팅'을 적용한 단지도 있다.
이런 노력에도 미분양 아파트 판매 성적표는 여전히 신통찮은 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말 3만3926가구에서 올해 2만1840가구로 35.6% 줄었지만 수도권은 8729가구에서 1만213가구로 오히려 17.0%나 늘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은 가격이 더 내릴 수 있다는 심리 탓에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집 절반이 단독·연립… 아파트 신화 흔들
올해 아파트外 주택공급, 9년 만에 최대치 기록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 굳이 아파트 살 필요 없어" 전세난도 脫아파트 가속
중견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지난 6월 서울 화곡동에 새로 지은 101㎡(30평)형 빌라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분양가는 2억3000만원. 주변 4~5년 된 아파트 매매가(4억~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처음엔 아파트 전세를 알아봤는데 매물도 없고 가격도 1년 전보다 20~30%나 올라 포기했다"면서 "어차피 집값이 안 오르는 건 마찬가지인데 맘 편하게 싼값에 내 집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굳이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는 '탈(脫)아파트족'이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 개발을 시작으로 20여년간 독주 체제를 굳혔던 아파트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당장 올해 주택 공급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단독·연립·다세대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공급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말까지 아파트 외 주택 건설 실적은 17만798가구로 2002년(27만707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실적과 비교해도 55%나 많았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주택 건설 실적에서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47.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 10년간 평균(29%)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도 올해 분양 물량이 작년보다 25% 늘었다"면서 "이를 포함하면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로는 절반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외 주택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아파트 전성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파트가 거의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으로 아파트는 818만 가구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1~2인 가구가 이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상황에서 더 이상 3~4인 가구를 기반으로 하는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파트에 질린 수요자들이 땅콩주택, 한옥 등 '나만의 주택'을 선호하는 현상도 번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전세난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주택 경기가 침체되고 전세난이 확산되면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틈새 상품으로 부각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택은 집값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최근 전세 수요자의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정부가 각종 임대 사업 규제를 완화하면서 퇴직자 등을 중심으로 임대 사업을 하기 위해 매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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