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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관통 경전철 노선 놓고 삼성-현대차그룹 재격돌 조짐

여행가/허기성 2015. 2. 24. 14:37

서울 강남 관통 경전철 노선 놓고 삼성-현대차그룹 재격돌 조짐

서울 강남의 동부 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총 사업비 1조4253억원 규모의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권을 두고 국내 1·2위 건설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사업의 우선권은 삼성물산에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를 인수하면서 현대건설 역시 사업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작년 9월 한전부지 입찰에서도 격돌해 현대차가 낙찰에 성공했었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송파구 남쪽의 위례신도시를 출발해 삼성동, 청담동, 논현동, 신사동 등 주요 지역을 지나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서울 강남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비싸고 주거여건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이 구성돼 있다. 강남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2호선과 3호선, 7호선과 연결되면 강남 순환선 철도라인이 완성된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2008년 서울시의 '10개년 도시철도기본계획'에 따라 위례에서 용산까지 20km 구간의 자기부상열차로 고안됐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하고 정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진행되는 민자 제안 사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08년 용산~위례 계획을 바탕으로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13년 10월 서울시가 '도시철도 종합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위례~용산 노선도 강남구 신사동까지만 운행하는 것으로 계획이 축소된 것이다.

서울시는 이후 송파구와 강남구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위례신도시~가락시장~학여울~삼성~청담~신사로 이어지는 총 11개 정거장 14.8km 구간의 노선을 확정해 국토부에 제출했다. 오는 2017년 착공해 2021년에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중순쯤 국가교통위원회 심의를 끝내고 서울시가 제출한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 계획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국토부가 서울시 계획을 승인하면 삼성물산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계획을 만들어 내야한다.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용산까지 노선이 이어지지 못하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힘들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또 위례신도시 입주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릴 수도 없었다. 삼성물산 측은 "다음달 국토부 승인이 나오고 나서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해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사업 경쟁자로 현대건설이 부각되고 있다. 작년 10월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대건설은 위례~신사선이 삼성역을 지나가는 만큼 한전부지와 경전철 사업을 연계해 인근 지역을 복합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 측은 서울시 등 관련 부서에 사업 진행 상황을 문의하는 등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한전부지 개발이 있다보니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삼성물산이 기존 제안을 수정하지 않거나 수정안이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서울시가 제3자 공고를 하게 되는데 현대건설은 이때 사업권을 가져올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위례~신사선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동안 이 사업을 보수적으로 진행해왔던 삼성물산 측도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강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이 황금 노선 건설을 놓고 국내 1·2위 업체 간 치열한 물밑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물산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사업 우선권을 받지 않았고 지금도 제3자 공고를 통해 누구나 들어와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